[도입부: 막장 같은 현실 속에서 “부족함이 없다”고 외치는 이유]
우리는 끊임없이 ‘더 가지라’고 다그치는 세상 속에서 만성적인 영적 결핍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성경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고백을 소개합니다. 시편 23편의 저자인 다윗은 인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가장 비참하고 처절한 광야에서 이 시를 썼습니다. 장인인 사울왕의 질투로 수년간 목숨을 위협받으며 쫓겼고, 노년에는 친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맨발로 울며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요즘 말로 ‘막장 집안’의 비극을 몸소 겪은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내게 부족함이 없다”*고 대담하게 선포할 수 있었을까요? 비밀은 그의 환경이 아니라, 천지를 창조하신 여호와가 ‘나의 목자’라는 사실에 있습니다.
푸른 풀밭에 눕기 위해 필요한 거룩한 4가지 조건
목자 출신인 필립 켈러(Phillip Keller)는 그의 저서 『목자가 본 시편 23편』에서, 겁이 많고 민감한 양들이 초장에 누워 안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의 4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우리 영혼이 참된 평안을 누리는 원리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외부의 위협): 양은 방어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늑대나 코요테 같은 들짐승이 나타나면 수백 마리의 양떼가 일제히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실제로 밤사이 사나운 개 두 마리가 292마리의 양을 물어 죽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탄의 공격 앞에 무기력한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지키시는 목자의 물맷돌과 지팡이가 없다면, 우리는 한순간도 평안히 잠들 수 없습니다.
- 마찰로부터의 자유 (관계의 상처): 양 무리 안에서도 권력 쟁탈전이 일어납니다. 성질이 사납고 지배하려는 늙은 암양이 어린 양들을 머리로 들이받고 발을 구르며 좋은 풀밭에서 쫓아냅니다. 공동체 내에 이 긴장감이 흐르면 양들은 쉬지 못합니다. 인간관계의 마찰, 시기, 질투로 마음이 상해 안식을 잃어버린 청년들에게는 목자가 직접 개입하셔서 관계의 평화를 주셔야만 합니다.
- 해충으로부터의 자유 (사소한 짜증과 상처): 여름철 날파리와 기생충들이 양의 코와 귀에 달라붙어 산란을 시작하면, 양들은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고 벽에 박으며 고통스러워합니다. 이때 목자는 값비싼 향유(올리브유와 유황 혼합액)를 양의 머리에 부어 해충을 쫓아냅니다. 우리 역시 일상의 사소한 스트레스와 상처라는 ‘날파리’ 때문에 영적 평안을 잃기 쉽습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허기로부터의 자유 (물질적 결핍): 척박한 팔레스타인 광야에서 푸른 초장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목자가 미리 길을 알아두고 땀 흘려 가꾸지 않으면 양들은 굶주림에 지쳐 누울 수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경제적 결핍으로 방황하는 우리에게, 선한 목자는 이미 우리의 먹을 것을 예비하시고 좋은 길로 인도하고 계십니다.
더러운 웅덩이를 마시는 양, 그리고 쉴 만한 물가
사막에서 물은 생명입니다. 목이 마른 양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물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양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물살이 빠르거나 물결이 치는 계곡물은 무서워서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그들은 마실 수 있는 맑은 물을 옆에 두고도, 겁이 나서 다른 동물들의 오물과 분비물이 섞여 있는 ‘더러운 고인 물 웅덩이’를 찾아가 배를 채웁니다. 그 결과 기생충에 감염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됩니다.
- 우리의 모습: 무엇이 나를 영적으로 풍요롭게 하는지 말씀으로 알면서도, 당장 눈앞에 쉽고 편해 보이는 세상의 유혹, 정욕, 쾌락이라는 ‘더러운 고인 물’에 입을 맞추는 인간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선한 목자는 이런 우리를 타이르시며, 잔잔하고 안전한 성령의 생수(쉴 만한 물가)로 끊임없이 인도하십니다.
‘뒤집어진 양(Cast Sheep)’의 비극과 소생의 은혜
양이 가진 가장 큰 신체적 결함은 ‘한 번 넘어지면 스스로의 힘으로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몸집에 비해 다리가 짧고 가늘기 때문에, 뒤집어진 양은 하늘을 향해 다리만 버둥거리다가 가스가 차서 수 시간 내에 태양열로 질식사하거나 들짐승의 밥이 됩니다. 양이 뒤집어지는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 안일함: 너무 편안하고 움푹 파인 부드러운 땅을 찾아 누웠다가 중심을 잃고 굴러떨어짐(쉬운 길, 타협의 길을 찾다가 넘어짐).
- 지나친 털: 털을 깎지 않아 그 사이에 오물과 진흙이 묻어 몸이 너무 무거워짐(세상의 재물과 소유에 대한 집착).
- 비대해진 몸: 뚱뚱해서 둔해짐(행함과 순종은 없고 귀만 커진 영적 교만).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라는 말씀의 원어적 의미는 “뒤집어진 양을 목자가 직접 손으로 뒤집어 다시 살려내신다”는 뜻입니다. 자비로운 목자는 사라진 양을 찾아 광야를 헤매다가 뒤집어진 양을 발견하면 가슴에 안고 다리를 마사지하여 피를 돌게 한 후 다시 걸어가게 하십니다. 우리의 구원은 내 의지가 아니라 오직 목자의 손길로만 가능합니다.
고집스러운 구습(舊習)과 의의 길
양은 무서운 고집쟁이입니다. 자기가 한 번 가 본 길만 고집하고, 자신이 누웠던 자리만 다시 찾아갑니다. 그곳이 이미 풀이 다 뜯겨 황폐해지고 자신의 배설물로 기생충이 가득한 곳인데도 말입니다. 우리 인간도 과거의 죄악된 습성, 편안했던 게으름, 나쁜 중독의 자리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려는 강한 회귀 성향이 있습니다. 이 멸망의 길에서 우리를 건지기 위해 목자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양들을 새로운 목초지로 강제 이동시킵니다. 그것이 바로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 선한 목자의 열심입니다.
[마무리 기도]
선한 목자 되신 주님, 내가 더러운 세상의 웅덩이 물을 마시며 만족하려 했고, 나만의 안일한 자리에 눕다가 뒤집어져 버렸음을 고백합니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는 주님의 손길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시고, 내 고집을 버리고 주님이 인도하시는 의의 길만 따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