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목자 시편 23 (2부)

[도입부: 고원의 축복을 향해 가는 ‘협곡의 시간’]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우리를 평탄하고 안전한 평지로만 인도하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축복의 땅, 즉 광활한 고원의 목초지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칠고 어두운 협곡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시편 23편은 1~3절의 평화로운 목장 생활을 지나, 4~6절에 이르러 계절에 따라 대이동을 감행하는 거친 야생의 현장으로 우리를 초청합니다. 만약 지금 당신의 삶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처럼 어둡다면, 길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목자의 인도 아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중입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가 숨겨둔 복병들

겨울 동안 서늘한 평지 목장에 갇혀 있던 양들은 여름과 가을이 되면 목자를 따라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갑니다. 그 고원지대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때 묻지 않은 풍성한 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자는 물을 쉽게 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계곡(골짜기) 길을 택해 전진합니다. 하지만 이 협곡의 여정에는 양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복병이 숨어 있습니다.

  • 돌발적인 폭우와 범람: 아리조나 투산 지역의 기후처럼, 멀리서 내린 갑작스러운 폭우는 메말랐던 계곡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거대한 급류(Flash Flood)로 돌변시켜 바위를 굴러떨어뜨립니다.
  • 보이지 않는 천적과 독초: 협곡의 그늘진 곳에는 양들이 분간할 수 없는 치명적인 독초들이 자라며, 바위 틈새에는 늑대와 맹수들이 목자의 빈틈을 노리고 도사립니다.
  • 체온 저하의 공포: 산 위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차가운 비와 우박은 양의 얇은 가죽을 적셔 순식간에 체온을 떨어뜨리고 목숨을 앗아갑니다. 영적 교훈: 우리가 영적으로 더 깊은 성숙과 풍요함에 이르기 전에는, 반드시 이와 같은 시련과 장애물이라는 협곡을 지나야 합니다. 선한 목자는 그 위험을 다 아시면서도 우리를 그 길로 인도하십니다. 목자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대물림: 앞서 걷는 양의 발걸음이 가진 무게

이 거친 협곡의 여정을 처음 나선 어린양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릅니다. 그들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앞에 걸어가는 어미 양이나 경험 많은 선배 양의 뒷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뿐입니다. 만약 어미 양이 목자의 음성에 순종하여 바른길로 가면 어린양도 살지만, 어미 양이 호기심이나 고집으로 벼랑 끝으로 가면 어린양도 함께 추락합니다. 이 비유는 공동체 안에서 ‘신앙 선배의 역할’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보여줍니다. 처음 교회에 나온 청년들이나 초신자들은 성경 지식을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먼저 신앙 선배들의 삶을 눈여겨보며 신앙을 배웁니다. 선배가 이웃을 진심으로 대접하는 것을 보면 대접을 배우고, 선배가 교회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것을 보면 그 거룩한 노동을 배웁니다. 교회에 본이 되는 선배가 있다는 것은 다음 세대를 살리는 최고의 축복입니다. 당신의 발걸음은 지금 누군가의 지도가 되고 있습니까?

영혼을 지키는 두 가지 무기: 막대기와 지팡이

목자가 장총을 들지 않던 고대 시절, 양들을 보호하는 유일한 도구는 지팡이와 막대기였습니다. 이 둘은 쓰임새와 영적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 막대기 (강력한 권위와 무기): 끝부분이 묵직하고 단단한 짧은 몽둥이로, 목자의 강력한 팔의 연장선입니다. 목자는 이를 던져 침입하는 맹수를 정확히 타격하거나, 양이 위험한 곳으로 가려 할 때 단호하게 제지합니다. 이는 사탄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하나님 말씀의 강력한 권위’를 뜻합니다.
  • 지팡이 (따뜻한 위로와 교제): 위가 둥글게 구부러진 긴 막대기입니다. 목자는 이 구부러진 부분으로 대열에서 이탈하려는 양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쥐어 무리 안으로 끌어당깁니다. 양들은 목자가 지팡이로 자신의 몸을 툭 건드리거나 만져줄 때 깊은 안정감을 느낍니다. 자신이 여전히 목자의 시선과 관심 속에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영적으로 깨어있어, 우리 마음을 만지시는 성령의 ‘지팡이 터치’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원수의 목전에서 차려주신 풍성한 ‘상(Mesa)’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라는 구절은 시편 23편 중 가장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고원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상이 평평한 테이블 모양의 산을 스페인어로 ‘메사(Mesa)’라고 부릅니다. 이 메사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바로 ‘상(Table)’입니다. 즉, 산 정상에 펼쳐진 광활하고 풍성한 고원 목초지 자체가 하나님이 양들을 위해 차려놓으신 거대한 ‘밥상’인 것입니다.

목자는 여름이 오기 전, 이 메사(상)에 홀로 먼저 올라가 답사를 합니다. 독초를 뿌리 뽑고, 맹수들의 굴을 찾아내어 덫을 설치합니다. 이처럼 고원의 초장은 완벽하게 준비된 은혜의 상상이지만, 여전히 그 주변에는 틈을 노리는 원수(맹수)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탄은 영적으로 은혜를 받고 살아나려는 성도들의 주위를 우는 사자처럼 맴돕니다. 우리가 위험 가득한 세상의 한복판(원수의 목전)에서 안전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이 상을 직접 차려주시고 지키시는 목자 곁에 바짝 붙어있는 것뿐입니다.

머리에 부으시는 기름: 생각의 기생충을 박멸하다

여름철 고원의 초장에는 풍성한 꼴과 함께 치명적인 골칫거리가 찾아옵니다. 바로 양들의 코에 알을 까는 ‘코파리(Nose Bot Fly)’입니다. 이 파리가 양의 코점막에 알을 까면, 유충이 코 점막을 뚫고 뇌 속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이 고통이 시작되면 양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머리를 사정없이 흔들거나 바위와 나무에 머리를 들이받아 자해하다 죽어갑니다.

이 비극을 막기 위해 목자는 올리브유에 유향을 섞은 특수 기름을 양의 코와 머리에 온 정성을 다해 발라줍니다. 기름이 발라지는 순간 파리들은 접근하지 못하고 양은 비로소 평안을 되찾습니다.

  • 성령의 기름 부으심: 이 기름은 한 번 바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약효가 떨어질 때마다 끊임없이 다시 발라주어야 합니다. 과거에 받았던 은혜의 기억만으로 오늘을 살 수 없습니다. 세상이 주는 염려, 부정적인 생각, 음란과 낙심이라는 ‘생각의 기생충’이 우리 마음을 파고들지 못하도록, 우리는 매일 아침 성령의 신선한 기름 부으심을 구해야 합니다.

가을철의 충돌: 상처 없이 갈등을 해결하는 법

가을이 되어 영양 상태가 좋아진 숫양들은 짝짓기 철을 맞아 서로 머리를 들이받으며 피 터지는 주도권 싸움을 시작합니다. 이 거친 본능은 목자도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목자는 숫양들의 머리와 뿔에 미끄러운 기름을 잔뜩 발라줍니다. 그러면 서로 강하게 부딪쳐도 뿔이 미끄러져 나가며 충격을 최소화하고 두개골이 파열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 교회의 상처: 교회의 갈등은 대개 초신자가 아니라, 오래 다녀서 비대해진 중직자들이나 선배들의 자존심 싸움에서 시작됩니다. 인간이 모인 곳에 갈등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받아 부드러워진 신앙인은 의견이 충돌할 때도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지 않고 은혜로 비껴갈 수 있는 영적 절제력이 있습니다.

최후의 선언: 소유권이 결정하는 양의 운명

필립 켈러의 목장 바로 옆에는 게으르고 악한 목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양들을 좁은 울타리에 방치했고, 땅은 황폐해졌으며 양들은 온갖 질병과 파리떼의 고통 속에서 굶주려 갔습니다. 늦가을, 선한 목자를 따라 고원의 풍성한 은혜를 누리고 내려온 켈러의 양들은 토실토실하고 윤기가 흘렀습니다. 옆집의 마른 양들은 울타리 사이로 고개를 길게 빼고 켈러 목장의 풀을 뜯어 먹으려 처절하게 울어댔습니다. 켈러는 그 양들이 너무 불쌍해서 돌봐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법적인 소유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목자는 오직 자신이 대가를 치르고 산 양만을 책임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선언하셨습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요 10:11). 우리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자기 피 값으로 우리를 사서 자신의 소유로 삼으셨습니다. 주님의 소유가 된 인생은 비록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결국 푸른 초장으로 귀환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당신의 평생을 반드시 추격할 것입니다.

[마무리 기도]

선한 목자 되신 주님, 인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때 돌발적인 폭우와 원수의 위협 앞에 두려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내 생각의 영역에 염려의 기생충이 틈타지 않도록 매일 성령의 기름을 부어주시고, 피 흘리며 싸우는 주도권 싸움을 버리게 하옵소서. 내가 주님의 피 값으로 산 보배로운 소유임을 기억하며, 평생에 주님의 선하심을 찬양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